먼저 제작팀은 보쉬만 도움을 받아서 한국돈 약 3,500원짜리 레드 와인을 선택합니다. 3유로 이하 와인 중에 가장 저렴하고 맛없는 와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단 프리미엄 와인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샤또 콜롬비에'라는 가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고급진 라벨을 만들어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짜 스토리를 꾸며냈습니다. '이 와인은 벨기에 왈로니아 지역인 꼬뜨 드 상브르 뫼즈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을 블렌딩 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팀은'쥘베르에 가이야르'라는 국제 와인 대회에 이 와인을 출품했습니다. 출품 조건에 따라 알코올 및 설탕 함량과 같은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데 다른 고품질 와인 성분표를 가짜로 제출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그 소믈리에는 동료 소믈리에와 와인 애호가들에게 이 와인이 얼마나 뛰어난지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이 싸구려 와인은 금메달을 차지합니다.
심사 위원들의 평가는 더 어이가 없습니다. '이 와인은 부드럽고, 세심하며, 깨끗한 어린 향이 나면서 입안의 풍미가 가득한 와인이자, 복잡하고 매우 흥미로운 와인이다.'
제가 이 이야기를 가져온 이유는 3가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1. 소비자는 대체로 가장 좋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다고 믿는 상품을 구매합니다.
브랜딩에서 네이밍, 디자인,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야기처럼 누군가를 속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가 파는 좋은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이밍, 디자인과 스토리에 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2.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나 다른 사람의 말을 맹목적인 신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우리가 신뢰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결국 인간입니다. 인간은 늘 항상 100% 옳을 수는 없습니다. 타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 또한 그렇고요.
나에게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다른 전문가나 사람의 말은 참고용이어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 수집을 하기 위해 AI를 많이 활용하십니다. 미래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기술 수준의 AI는 100%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늘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AI를 활용하면서도 비판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오늘 가장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3. 인간은 많은 경우 확신이 아니라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선택을 결심합니다.
우리는 어떤 걸 고를 때 ‘이게 좋아서’ 고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게 덜 불안해서’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수상 스티커가 붙은 와인을 고르는 건 그 와인이 최고라서가 아니라, “최소한 실패하진 않겠지”라는 심리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손실회피성향'에 따르면 사람은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보통 손실회피성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좋은 선택을 하려면 단순히 "실패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이게 나에게 정말 맞는 선택인가?"를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