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디자인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기업이 디자인에 1파운드를 투자할 때 매출은 20파운드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영업이익은 4파운드 그리고 수출은 5파운드씩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오래전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가격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같은 제품이면 당연히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격보다 기능을 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차나 좋은 냉장고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 가치를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품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디자인과 스토리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영국 디자인협의회 발표 자료를 통해 충분히 디자인이 중요함을 인지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발표 자료가 있습니다. 디자인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자동차업체는 60~90%, 전자업계는 70~80%, 외의류는 80%, 속옷은 90%~100% 그리고 문구업체는 거의 100%라고 합니다.
소비자가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편의점에 가셔서 음료수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기업의 역사? 브랜드 철학? 음료수 원료? 보통 이 상황에서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디자인입니다. 인간 몸의 모든 감각 수용체 중 70%가 눈에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인간이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 중 70%는 눈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각은 가장 쉽고 강력하게 반응을 합니다.
요리사로 유명한 고든 램지나 최현석 셰프는 요리를 잘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동의를 합니다. 이 요리사들이 만든 음식을 파는 식당은 가게 인테리어나 음식 모양은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될 듯합니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오는 거니까 굳이 다른 곳에 비용을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요리사 식당 인테리어나 음식 모양을 보면 얼마나 공들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일수록 시각적인 요소가 소비자 의사결정이나 만족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제품만 좋으면 되지 굳이 디자인까지 신경을 써야 되나요?"
디자인 중요성을 아무리 설명을 해도 다시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때 제가 드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입고 계신 옷, 가방이나 신발을 구매할 때 디자인을 신경 썼는지 안 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디자인을 신경 안 쓴다면 솔직히 인터넷에서 오로지 가격 하나만 보고 샀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나랑 잘 어울리는지, 내가 입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생각을 하고 구매를 합니다. 강하게 인지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구매에는 디자인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폴린 브라운의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구매 결정의 85%는 느낌 때문에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마케터들 대부분은 나머지 15%만 고민한다.' 여기 나오는 '느낌'이라는 단어에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전에 와이프와 보틀샵에 수제맥주를 사러 간 적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맥주들만 있었는데 와이프는 잠시 고민하더니 하나를 골라서 계산을 했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방금 맥주를 고를 때 무엇이 중요한 기준이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예뻐서" 비단 제 와이프만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학자 노엄 트랙틴스키의 '아름다운 것이 사용하기 좋다' 연구 중에 '소비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제품의 신용과 신뢰를 연결시킨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와이프가 맥주를 사면서 디자인이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까지 이렇게 신경을 썼으면 맥주 맛도 신경 썼을 거라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나 간판이 예쁜 카페를 보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디자인에 저렇게 신경을 썼으면 커피맛도 매우 신경을 썼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식당 화장실이 더러우면 많은 소비자들은 주방도 더러울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나 사물을 평가할 때 일부 정보의 긍정적이나 부정적인 특성에 주목해 전체적인 평가를 하는 후광효과의 전형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이 좋으니 제품 전체가 좋을 것이라는 다소 비논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렇게 설명을 해도 여전히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신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드리는 방법은 명함하나부터 바꿔보라는 겁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디자인이 예쁜 명함은 생각 외로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서 홈페이지, 상세페이지, 제품, 브로셔나 로고 디자인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지만 명함을 바꾸신 분들은 대부분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명함을 바꿨는데 별로 다른 반응이 없던데요?' 슬프긴 하지만 이런 결과가 벌어지는 것이 정상이긴 합니다. 이유는 디자인에 대한 도전을 처음 해보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 첫 시도가 큰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하지만 대부분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사업이라는 것이 끊임없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디자인에 대한 학습이나 유능한 디자이너에게 조언도 많이 얻어야 합니다.
감자빵으로 유명한 이미소 대표가 쓴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성공하는 방법은 제각기 다르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한번 시도해 보고 포기하는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영역에서도 여러분이 한번 해보고 포기한다면 여러분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꾸준히 될 때까지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2012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블라인드 비교 테스트를 통해서 2:1 비율로 구글보다 마이크로소프트 빙 검색 결과가 더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검색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사람들은 구글이라는 이름, 괴짜들의 구글 채택, 구글 개발자들의 프로그램 개발이야기에 공감을 했고 이는 구글이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기술이나 성능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게 정답이 된다. 종이로 만들어진 화폐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은 모두가 그 화폐를 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달러가 금본위와 관련이 없어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모두가 나이키가 좋은 신발이라고 믿으면 나이키는 가장 좋은 신발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믿어주냐가 브랜드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애플은 컴퓨터에 휴머니즘을 담았고, 나이키는 모든 사람을 운동선수로 바꾸었고, 스타벅스는 ’호사‘를 일상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거의 대부분 문화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는 구매를 하고 나서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물론 대답은 하겠지만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이었음을 설명하기 위해 허구를 창작한다. 때문에 그 대답은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에 많은 소비자들은 불편해한다. 여전히 그들은 스스로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구매를 하기 위해 모든 브랜드의 제품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의식에 의지해서 결정을 내린다. 오히려 이러한 방법이 바쁜 소비자에게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회사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이 뻔한 이야기를 종종 잊곤 한다.
*많은 회사 대표들이 자사 제품이 엄청 뛰어나다고 믿는다. 어떤 것에 관해서 오랫동안 생각을 하면 그것은 마음속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여러분 제품을 그렇게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잘못된 전략이 시작된다.
*사람들을 소비자로 부르다 보니 그들이 항상 물건 구매나 정보에 관해 오래 생각을 할 거라 오해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렇게까지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선택할 때 사회적 영향이 개인적 선호만큼이나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물건이 적절한 시점에 다른 물건보다 조금 더 인기가 있으면 그 물건을 갈수록 인기가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