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팬을 만들자고 하면 어떻게 팬을 만드는지에 관해서 물어보십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고객을 먼저 확보해야 팬이 만들어집니다. 아는 동생이 저에게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준 말은 먼저 여자친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동생은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결혼은 나와 한평생 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자친구를 먼저 만들어야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브랜드 팬은 고객이 있어야 생겨날 수 있습니다. 내 제품을 구매한 적이 없는 길가는 사람이 우리 브랜드 팬이 될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매우 만족한 경우라면 팬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먼저 고객이 단골이 되는 경우를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이라는 책에 재미있는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자동차 브랜드 벤츠 재구매에 관한 것입니다.
불만족한 그룹 중 10%가 재구매를 한 경우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벤츠 자동차 사용 경험이 불만족스러웠지만 대체할 만한 브랜드를 찾지 못해서 10명 중 한 명은 다시 구매를 했습니다. 재미있는 통계는 만족한 그룹입니다. 만족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29%만이 재구매를 했습니다. 이 결과를 다시 이야기하면 만족한 고객 10명 중 무려 7명이 재구매를 하지 않았습니다. 만족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왜 다시 벤츠를 사지 않았을까요? 최근 2주간 방문했던 식당 중에 매우 불친절하고 매우 맛없었던 곳이 있으셨나요? 제가 자주 묻는 질문인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 말은 대부분 식당 이용 경험에 대체로 만족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 중 70%는 재구매를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대부분의 기업과 식당은 고객 만족을 목표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고객 만족'은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소비자는 만족을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많은 기업에 컨설팅을 가면 고객 만족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정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를 합니다. 그리고 항상 궁금해합니다. '왜 만족했다고 하고 소비자는 재구매를 하지 않을까?
이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만족을 넘어서 예상치 못한 희열입니다. 오래전 한 배달음식점에서 손 편지에 음식을 주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손 편지를 써서 음식과 함께 보낸 적이 있습니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고 다른 식당뿐만 아니라 택배로 제품을 배송하는 회사도 자필 손 편지를 상자에 넣어서 보냈습니다. 재구매율의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이전보다 늘었을 겁니다. 고객이 단골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너도 나도 이런 식의 손 편지를 보내니 만족도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이 방식을 사용했던 회사는 소수였기에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넘어서 희열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벤츠와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모두 에어포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공항을 이용할 때 비용을 내고 차를 맡길 수 있습니다. 두 브랜드는 차만 잘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서 '차를 통한 만족'을 넘어서 고객에게 예상치 못한 희열을 주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 아까 벤츠 재구매 통계에서 봤듯이 만족만으로는 단골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 더 다른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산에 장덕풍천산삼민물장어라고 있습니다.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제 스마트폰을 드리면서 직원분에게 단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다른 곳과 같이 잘 찍어주셨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가져와서 한 번 더 찍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을 예쁜 케이스에 담아서 주셨습니다. 친절히 잘 찍어준 단체 사진이라는 만족을 넘어서 예상치 못한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서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가게에 단골이 많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음식이나 기본적인 서비스 만족을 넘어서 예상치 못한 희열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들이 가게 곳곳에 있습니다.
이렇게 단골을 확보했다면 이제 팬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여러분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주 구매해 준 단골들에게 감사하다고 물질적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엄청난 비용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시작한 YC College 영어학원에서 최근에 특별한 이벤트를 제공했습니다. 저희 학원을 오래 다니신 분들, 즉 단골분들만 대상으로 꽃꽂이 수업을 열었습니다. 5월에 꽃선물할 일이 많으니 학원에 오래 다니신 수강생분들에게 하루 참여하셔서 직접 꽃바구니를 만드는 경험을 제공해 드렸습니다. 끝나고 피드백 대부분은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미 우리 영어 수업에 만족한 이분들은 이제 우리 브랜드 팬이 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고마운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물질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예상외로 큰 힘이 있습니다.
옵타움이라고 예쁜 디자인으로 유명한 빈티지 선물 브랜드가 있습니다.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골에게 물질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을 하면 된다고 컨설팅 시간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경쟁사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품을 자주 구매한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실행력도 빠르시고 단골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신 대표님은 구매를 많이 하신 순으로 선별해서 예상치 못하게 고객들에게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원래 이 브랜드가 좋아서 자주 구매하는 단골 고객들에게 제공한 예상치 못한 좋은 선물을 받는 경험은 브랜드 팬을 만들어 냅니다.
희열을 느낀 고객 중 86%가 재구매를 한다고 합니다. 이 희열은 예상치 못한 즐거운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여러분은 고객에게 어떤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시나요?
35.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당신의 모든 선택에서 진짜 원하는 것을 얻는 법
"직장 생활 한 번도 안 해본 20대 CEO의 창업 성공 이야기 vs 직장 다니다가 창업한 40대 CEO 성공이야기"
두 이야기 중에 사람들의 눈이 더 쏠리는 건 앞의 20대 이야기이다. 직장생활 경험도 없고, 이전에 창업을 해보지 않았던 젊은이의 성공 이야기는 확실히 더 짜릿하다. 직장 생활하다가 쌓은 인맥과 노하우로 창업 성공한 이야기는 흔한 일이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긴 쉽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 투자자의 목적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해서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투자자는 짜릿한 이야기에 끌려서는 안 된다. 냉철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데이터는 20대보다는 40대 이후 창업가들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고 보여준다. 최근 한 연구에서 말하길 성공한 사업가의 평균 연령은 42세라고 한다. 특히 젊어야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IT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 회사 생활에서도 크게 인정받은 경우가 창업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창업자가 직장생활을 할 때 최상위 0.1%의 연봉을 받았을 때 가장 성공확률이 높았다. 직장 생활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창업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더 짜릿하긴 하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다룬다. 개가 사람을 물면 신문에 나오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신문에 등장하는 게 언론의 생리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건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고민을 해야 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라'라는 문장은 멋있긴 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올바른 결론으로 이끌어 내진 않는다.
이 책의 작가가 썼던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를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책도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흔히 실수하는 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서 알려준다. 비단 사업적 성공뿐만 아니다 연애나 행복과 같은 우리 삶에 밀접한 부분에 관해서 연구된 데이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손꼽히게 재미있게 읽었음.
"우리는 신을 믿는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인간들은 모두 데이터를 가져와야 한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